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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운수좋은 날... 02화 (完)

 

 

 

도대체 이 여잔 나에 대해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은걸까....


“ 인천에서 웨이터를 하면서 만난 여자였어요...룸에 나오는 아가씨였는데....술집 아가씨답지 않게 마음이 여려서
  맨날 비상계단에서 혼자 울고있기 일쑤였죠... ”
“ 그럼...재대하시구 나서 바로 만난? ”
“ 아뇨...바로는 아니구...22살에 재대를 했는데....27살이 먹도록 이술집 저술집 웨이터 생활만 하며 전전하고 있었죠... ”


언젠간 돈을 모아 보증금 넣고 나이트 웨이터를 하리라고 나름 꿈을 키우며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웨이터 생활이라는게 돈이 그리 많이 벌리는 직업도 아니고 하다보니 항상 주머니엔 그저 몇일 먹거리
살돈이 달랑거리기 일쑤였다


어떤이들은 룸에서 아가씨들이랑 볶이고 살다보면 주워먹는일도 허다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룸 아가씨들은 웨이터라고 하면 인생 하류인 지들보다 더 밑에있는 쓰레기 취급하기가 일쑤였고....이 심부름 저심부름
심지어 생리대까지 서슴없이 사오라고 시키는년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가씨들한테 밑보이면 아가씨들이 손님한테 아양떨어 받아주는 팁도 떨어지기 마련이니 비위를 안 맞춰
줄수도 없는 노릇이고....그런 관계이다보니 아가씨들이 웨이터한테 한번 준다...라는건 모르는 사람들 상상속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웨이터 나이 27...이라면...이젠 퇴물이 되어갈 나이이다
그렇다고 웨이터짓 오래 했다고 영업부장이 되는것도 아니고....
막막해지는 시기에 새로운 업소에 첫 출근을 한날이었다


예전에 업소에서 알던 마담이 자리를 옮기면서 추천을 해줘서 들어간 일자리였는데...
출근하자마자 사장이 술한잔 먹다가 인사를 받고는 대뜸 운전할줄 아느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운전은 할줄 안다고 했더니 키를 던지며 밖에 있는 벤츠에 시동 걸어놓고 있으란다
그때는 얼떨결에 했지만....그게 내 대리운전의 처음 출발이었다고도 할수 있지 싶다


그날 사장 친구란 사람을 서울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업소로 돌아오니 이미 12시가 넘어있었다
건달인듯 하긴 했지만 매너는 좋았던 그 사장친구란 사람은 대리비라고 준건지는 모르겟지만 용돈 하라며 5만원을
던져주고 내려 또 몇일 입에 풀칠할 걱정은 덜어주었다


원래 그렇게 바쁜 업소인지...그날만 그랬는지...업소에 돌아가니 룸 14개가 풀로 다 차 있었다
기존 웨이터들과 얼른 악수를 하며 통성명을 하는데 다 20대 초반들이다
나이도 그렇고 웨이터 경력도 오래 되었다고 얘기를 들은터인지 함부로 선배라고 텃세부리고 나서는넘은 없었다
아니 그것보단 워낙 자기들도 바쁘니 신경 쓸틈이 없다고 해야 하겠지....


첫날부터 막 설치기도 그렇고....분위기 보니 웨이터마다 정해진 룸이 있는듯 하기에 멍하니 서있기도 뭣해서
재떨이나 한번씩 갈아주자 하고 재떨이 몇 개를 챙겨 들어갔다
문을 열때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술취한 군상들이 아가씨들을 끼고 설치고 있는 방에 들어가 조용히 재떨이만
갈아주고 나온다


마지막 복도 끝에 있는 방 입구에 섰는데 이방은 안에서 조용한 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원래 다른때 같으면 이럴떼가 팁을 받을수 있는 찬스이다
시끄럽게 웃고 노래부르는 분위기에서는 아가씨들도 팁 챙겨주라는 소리를 못하기 때문에
웨이터들은 조용한 분위기일때 들어가 재떨이를 갈아주고 그 타이밍에 아가씨들은 “ 우리 삼촌 차비좀 챙겨줘요 ”
라며 팁을 챙겨주는것이다
그러나 출근 첫날에 다른넘이 실컷 챙겨놓은 방을 내가 털수는 없는 노릇이고 해서 그방은 패스하기로 하고 돌아서려는데


“ 형 그방도 갈아주세요 ”
“ 어...노래 안 부르는거 같은데...담당이 들어가는게... ”
“ 그 새끼 어차피 팁 안나오는 놈이에요 ”
“ 어...그래... ”


단골인가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가관이다
노래를 부르다가 던진건지 어쩐건지 마이크는 마닥에서 뒹굴고 있고
쇼파에선 한 아가씨가 그나마 입으나마나한 홀복도 벗겨진채 다리를 벌리고 누어있는데
머리는 거의 다 벗겨진 중년변태 한넘이 그 앞에 앉아 아가씨 보지를 맥주병 주둥이로 쑤셔데고 있는것이 보였다


“ 뭐야 !! 이 새끼가 들어오지 말래니까 ”
“ 아...죄송합니다 ”


얼른 꾸벅 목례를 하곤 문을 닫고 나와버렸다
그 찰나의 와중에....그 어두운 방구석에서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느낀건 내 착각이었을까....
그리고 몇일이 흘렀다...


다른 웨이터 애들과도 친해지고 새로운 업소생활에 익숙해져 갈 무렵....
새벽이 되어 손님도 한팀밖에 안 남았고 해서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입구에서 한 아가씨가 나온다


“ 아...테이블 끝났나요? ”
“ 네? 아뇨...전 아까 끝났어요 아직 한팀 남았다던데... ”
“ 아...네...어디에서 오셨어요? 아직 차 안 온거 같은데? ”
“ 풋....저 보도 아니에요...몇일 쉬었다 나와서 처음 보나보네요 ”
“ 아...네...”
“ 혹시 담배 하나 더 있어요? ”
“ 네...여기... ”


그녀와의 첫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30살의 그녀....룸에서 일하기엔 이미 정년을 넘겼다고도 할수 있는 나이였고...
게다가 사실 다른 아가씨들에 비해 얼굴이나 몸매가 썩 뛰어난것도 아니었다


처음엔 그런 그녀가 나름 다른 아가씨들만큼 지명손님층을 가지고 있다는게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지만....
생활해 가면서 그녀에 대해 알게 되니 이해와 동정심이 함께 생기게 되었다
그녀를 찾는 단골들의 3분의2는 나이가 제법 지긋한 중년신사들이었다
그들은 새파란 영계들을 피아노 치기보다는 말이 통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푸근한 그녀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담의 요청에 의해 들어가는 나머지 3분의1은....소위 진상들이었다
돈은 아까워 2차는 못 나가면서 룸에서 할짓 안할짓 다하고 싶어하는 쓰레기들...
그녀는 소위 그런 진상들을 처리해주는 진상처리반 이었다


“ 마담이라고 애들을 마음대로 주무를수 있는건 아니야....반반하고 인기있는 애들은 지들이 받고싶은
  손님만 받고 싶어하지....그걸 충족 못시켜주면 다른 마담을 찾아 떠나버리거든...그렇다고 이미 들어온 손님을
  내쫓을수도 없는거구....술취한 개를 붙잡고 무슨 이야기가 통하겠어....나처럼 초이스에선 뺀찌막기 일쑤인
  퇴물들이 그런애들 맡아서 개지랄 받아주는거지... ”
“ 그래도 누나도 지명손님 웬만큼 있자나... ”
“ 지명손님?...지명도 지명 나름이지....혜란이나 지은이같은 애들 찾는 지명들은 보통 하루 매상 올려주는게
  100단위는 넘어가잖니....내 지명들? 맥주나 두어잔 홀짝거리면서 이야기나 하다 가는 노인네들....
  테이블 매상이래봐야 10만원이 될까말까....솔직히 마담 입장에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테이블 없는날엔 자리나 차지하고 있는 귀찮은 인간들인걸 뭐... ”


그러나 그녀는 그런 사람들과 하는 자리가 즐겁다고 했다


이제는 젊은 시절의 생기도 잃어버리고 그저 낮에는 어느 회사 사무실에서 만년 과장자리나 지키며 상사눈치
부하직원들 눈치나 보고....집이라고 들어가봐야 다큰 자식들은 투명인간 취급에 마누라는 밥상 한번 차려주는거도
귀찮은티 팍팍 내면서
애들 먹다 남은 반찬에 밥 한공기 덜렁 얹어주는거두 감사해하며 먹어야 하는 그저 그런 중년의 샐러리맨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즐거워 진다고 했다
이제는 습관이 된 눈치보기 때문인지....룸 하나 못 잡고 홀에서 맥주 마시면서 놀기가 미안해서인지....


간혹 그녀의 몸을 만져보고 싶어하면서도 이눈치 저눈치 봐가며 슬금슬금 손을 뻗어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안스러워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가지고 만질수 있게 다리를 좀더 벌려주곤 했다


“ 어차피 이젠 젊은 사람들은 만지래도 안 만지는 몸뚱인데 뭐 잘 났다고 빼고 못 만지게 해....
  그래도 그렇게 무기력하던 사람들도 남자라고....치마속에 솜 집어넣게 해주면 눈에 생기가 도는게 보여....
  나 때문에...잠깐이라도 그렇게 살아있다는걸 느끼는거....행복한 일이잖아... ”


어느샌가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그녀가 웃으면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그녀가 싫어하는 .... 손님따라 자리도 틀려지니까... 그녀는 언제나 거의 일대일이었지만....
그 자리가 홀이냐 룸이냐에 따라 그녀의 기분도 달라진다...


보통 혼자 와서 룸하나 잡고 그녀를 부르는 인간들은 거의 100% 진상들이었다
얼음통이라도 갈아주느라 들어가보면 거의 옷은 발가벗겨져 알몸이기 일쑤였고...
그 구멍에 병대가리부터 라이터니 담배갑이니 집어넣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대머리새끼부터


2차는 안나가도 싸고 가는건 꼭 해야 한다며 쌀때까지 입에 대고 박아대는 동네양아치 새끼까지....
그리고 그런놈들을 받고나면 어김없이 그녀는 남몰래 계단빝에 쭈그리고 앉아 소리를 죽여 울곤 했다
그녀에 대한 감정이 동정에서 사람으로 바뀌어 갈수록 그런놈들에 대한 증오심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결국...난 직장을 옮긴지 4개월만에 끝내는 그 변태 대머리새끼의 반들반들한 대가리를 맥주병으로 찍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를 묶어놓고 싫다고 애원하는 그녀의 구멍에 전구다마를 끼워서 불이 들어오는지 안들어오는지 확인하겠다고 개지랄
떨던 색히는 대가리에 흠집좀 났다고 병원에 입원해버렸고


난 실형 2년을 언도받고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하는 옥살이를 그나마 버텨낼수 있게 해준건 그녀의 극진한 옥바라지 덕분이었다
말로는 부담 갖지 말라고....제발좀 오지 말고 그냥좀 편하게 살으라고 그녀를 떠다 밀었지만...아마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까울것 없는 인생 자살로 끝마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두부는...안 사왔어....니가 한건 죄가 아닌데...두부 먹으면 죄 인정하는게 될거 같아서... ”


출감을 하던날 밤....그녀는 시내모텔에 방을 잡아주곤 다시 나가려 했다


“ 푹 쉬어....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 ”
“ 같이 있어주면 안 돼 누나? ”
“ 어린애같이 굴긴...그냥 푹 자... ”
“ 이런게 어딨냐....나 2년만에 세상 햇빛 본날인데 잠이나 자라구? ”


한참동안 나를 쳐다보던 그녀가...슬픈 얼굴로 말했다


“ 아....미안해....내가 생각이 짧았네...2년을 굶었구나....하고 싶겠다... ”
“ 뭐야 !! 아니 내가 그짓하자고 지금 누나 붙잡을려는거야? 사람을 뭘로 보는거야 나 그렇게밖에 안 보여?
  알았어 가...꺼져... ”


그렇게 그녀를 보내고 소주를 사와서 기절할때까지 마시다 잠이 들어버렸다


“ 일어나...밥 먹으러 가자...뭔 술을 이렇게 마셨어... ”


비몽사몽 정신도 못차리고 그녀를 따라 근처 해장국집에서 해장국 한그릇을 비우고 나니 좀 살것 같았다


“ 이거.... ”
“ 이게 뭐야? ”
“ 미안해...많이 못 넣었어...2백이야....일단 100만원으론 어디 방 하나 얻구....돈 아껴서 직장 구할때까지 생활비 해... ”
“ 누나가 이돈을 나한테 왜 주는데...누나 내 애인이야? ”
“ 애인? 아니야...한번도 그런생각 해본적 없어....내가 어떻게 니 애인을 하겠다고 해....
  나 뭐하는지 뻔히 알구 나 걸레인거 뻔히 아는데...나 그렇게 생각없는 여자 아니야...부담 갖지마.... ”
“ 뭔 소리를 그렇게 해...내가 누나보다 잘난게 뭐 있다고...누나...그러지 말고 우리 합치자? 응? 뭐 지금이야 가진거도
  없고 누나가 나 먹여살려야겠지만...금방 돈 벌어서 누나 행복하게 해줄게... ”


근 3개월을 그녀는 그럴수 없다며 버텼지만....끝내는 내 고집에 못 이겨 우리는 그녀의 자취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약속대로 밤일을 그만두고 운전면허를 따서 작은 밧데리 배달가게에 취직을 하였다


한달 월급 60만원...식당에서 일하던 아내의 월급을 합쳐봐야 130 남짓한 돈으로 풍족하게 살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보낸
시간들은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아기가 생기고....그녀가 일을 할수 없게 되면서 낮에는 밧데리 배달....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항상 피곤에 지쳐 어디든
머리만 붙이면 잠이 들어버리곤 했지만...그래도 새벽에 잠깐 들어가 나를 반기는 그녀를 안고 잠이 드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엔 지긋지긋한 월세방을 벗어나 작지만 월세걱정 없는 전세방으로 옮겼다...
아내는 그날밤 마치 집장만이라도 한 사람인양 얼마나 울었던지....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아내는 어느날 식당에서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버렸고...병원 진단은 이미 췌장암 말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3개월 짧 은 투병생활 끝에 결국 아내는 나와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우리곁을 떠나버렸다
전세방을 빼서 아내의 병원비를 지불하고나니 오갈데도 없이 주머니엔 200만원 남짓한 돈만이 남아 있었다


“ 그 돈으로 대도시인 인천에서 방을 얻는건 무리였어요....그 즈음에 인천서 대리운전을 같이 하던 형님이 퇴촌에
  오면 100만원 보증금 걸면 작은 월세방은 얻을수 있을거구...여긴 놀러오는 불륜커플들이 많아 대리운전일도 제법
   있다고 해서 여기로 오게 된거죠 ”


살이온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두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때 그녀는 말없이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 이런...울지 말아요...뭔 대단한 인생이라고.... ”
“ 신경 쓰지 마요...원래 그런다고 했잖아요...나가죠... ”


그녀는 다시 강변도로로 해서 광주시내로 가줄것을 원했다
양평대교를 다시 건너 강변로로 접어드는데 문득 가지런히 뻗은 그녀의 노출된 다리가 눈에 꽃인다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듯 어느덧 쾌활한 표정으로 돌아와 무슨 연예인이 어쩌구 저쩌구 수다가 한참이다


“ 솔직히 사람들이 그 여자 욕을 하지만....그렇다고 권상우가 꼭 잘못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뭐 다들 제 짝이
  있는거래니까....근데요 잠깐 스탑 ”
“ 네? 어디서요? ”
“ 저기...저 모텔앞에 잠깐 세워봐요 ”


옆에 편의점도 있길래 뭐 살거라도 있나 싶어 차를 갓길로 세웠다


“ 아저씨 ”
“ 네 ”
“ 음...그냥 편안하게...솔직히 한번 말해봐요 ”
“ 뭘요? ”
“ 지금 하고 싶은게 뭐에요? ”
“ 네? ”
“ 아저씨 아까부터 제 다리만 쳐다보고 계신거 알아요? ”
“ 아...이런...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 드릴게요...다리가 워낙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만... ”
“ 풋...아뇨아뇨...기분 나쁘다는게 아니구요...아저씨 언니 돌아가시고 이제껏 여자구경 못 했다면서요...
  원한다면 한번쯤 들어줄수도 있어요 ”
“ 네? 아이구....뭔 그런 말씀을... ”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아...젠장 역시 이거였나....일할 시간을 다 보내버렸는데 여기서 돈 없으니 몸으로 때우겠다고 버텨버리면
오늘 수입은 꽝이 되는건데....


아빠가 돈이 없을까봐 말도 못했다는 풀죽어 있던 아이의 얼굴....그리고 아침에 돈 주겠다고 하니 환하게 밝아지던
아이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서러운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어머 아저씨....왜 그래요...이 대목에서 왜 갑자기 우시는건데요... ”
“ 아가씨....아가씨 너무 예쁘고....어느 남자가 아가씨를 거절하겠습니까....제가 돈만 있다면 대리비 몇만원...
  이 문제가 아니라 몇백을 주고 잔데도 안 아깝겠죠...그렇지만...제 사정이 지금 참 딱합니다....내일 아이 수학여행비
  10만원을 줘야 하는데....주머니에 있는돈이 3천원밖에 없어요...아이한테 내일 아침에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밤을 꼬박새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요....그런데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헛탕을 쳐버리면... ”


목이 매어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앞에서 우는 모습 보일수 없어 그동안 참고참아왔던 눈물까지 한꺼번에 터지는거 같았다


그때....나를 안아주는 그녀가 느껴졌다...
그리고 흐느끼는듯 들썩이는 그녀의 몸이 느껴졌다....


“ 왜 그래요....왜 그래요 정말 끝까지... ”


그녀도 말을 잇지 못하고 온몸을 들썩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나야 그렇다치고 그녀가 왜 우는지는 이해할수 없었지만 그저 울고싶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린 그렇게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울던 그녀가 갑자기 물을 열고 나가더니 뚜벅뚜벅 모텔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아니 이봐요...아가씨...아가씨... ”
“ 아참....쪽 팔리게 왜 그래요...그냥 들어가요 그냥 조용히...연인인척... ”


돈을 포기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은 쫓아가야 했다 그곳이 어디든...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그녀가 내민건 10만원권 수표 두장이었다


“ 내일 아침까지 대리비....대기료...이거면 다 되죠? ”
“ 네? 아...네...물론이죠... ”
“ 20만원 드리는 대신...오늘은 일 그만하시고....저랑 같이 밑에 바비큐집 있던데 거기서 술이나 한잔 해요 ...
  그리고 같이 자고...내일 아침에 아이 학교 가기전에만 가면 되죠? ”
“ 네...네... ”


손에 거머쥔 수표 두장에 정신이 혼미해져 무조건 네 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 그리고...저랑 같이 있는동안에....물론 돈 드는건 제가 다 낼테니까....궁상 떨기 없기에요...제가 쪽팔리니까...알았죠? ”
“ 네...네... ”


고민하던 것이 없어지니 긴장도 풀리고 마음도 풀려 바비큐집에서 얼근하게 취할때까지 마셨다
아니...정신만 약간 남아 있다뿐이지...몸은 이미 내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부축을 받아 모텔에 들어오자 그녀가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하자고? 응... 하자고...그래...좋지...내가 오늘 귀신한테 홀리건지 어떤건지 모르겠다만...하자고 해... ”
“ 아이...일단 목욕부터 좀 하세요... ”


그녀는 나를 다 벗기더니 욕탕으로 데리고 와 욕조에 집어넣었다

미리 부탁을 해두었던건지 어떤건지 욕조엔 따끈한 물이 찰랑거리게 받아져 있었고....물속에 몸을 담그니 쏟아지는
나른함에 잠이 쏟아졌다
아하.....살다보니 이런일도 생기는구나....오늘 정말 운수 좋은날이군....


점점 흐려져가는 의식속에서 꿈인지 헷갈리는 느낌이 내 몸을 씻겨주는듯 어루만지고....
꿈결속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오는거 같았다....


“ 아빠....오늘은 큰딸이 씻겨 드릴게요....세상 힘든거 다 잊으시고....푹 쉬세요....이제 그렇게 힘들게 사시게 안할게요...
   날 밝으면....광주에 방 얻어드리고....차도 사드리고 할테니....동생이랑 행복하게 사세요...아빠를 찾아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그런데...좀 밉기도 해요...엄마는....아빠 찾는다고 인천에 나와서 젖먹이를 안고 그렇게 아빠만 찾다가 돌아가
   셨는데...아빠는 다른 여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미워요 정말.... 제 동생은....예쁘고....착하게....잘 키우셔야
   해요....큰딸처럼 술집 아가씨 안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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