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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운수좋은 날... 01화

 

 

 

 

“ 그런건 미리미리 말을 해야지...내일 가져가야 하는걸 오늘 얘기하면 어떡하냐 ”
“ 미안해요 아빠...깜빡했어요...아빠...돈 없으면....저 안가두 돼요... ”
“ 이 녀석아 누가 너보고 돈걱정 하랬어 아빠가 내일 줄테니까 가져가 ”
“ 정말요? 헤~ ”


풀이 죽어 있던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지만....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 TV 너무 많이 보지 말구....9시 되면 일찍 자 ”
“ 네 아빠 다녀 오세요 ”
“ 문단속 잘하구... ”


5평 반지하방을 빠져나오니 상쾌한 가을바람이 폐속 깊숙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이젠 여름도 지나고 날은 선선해 졌건만...지난 장마에 핀 곰팡이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방안 가득 퀘퀘한 냄새를 피우는탓에 낮에 자고 일어나면 영 몸이 개운하질 않다


“ 안녕하세요 ~ ”
“ 어~ 경을칠 나왔구만 ”
“ 아따 형님...자꾸 이름가지고 유치하게 그럴거요 ”
“ 아 이사람아 경을칠이나 경은칠이나 그넘이 그넘이제 허허 ”


이름들이 쭉 적힌 노트를 보니 순번이 한 10번정도 되는거 같다
다들 낮에 나와서 한탕씩은 하고 왔을려나....
퇴촌은 밤에 일거리가 너무 없어서 대리운전으로 돈벌기가 너무 막막하다
차라도 있으면 광주시내로 나가서 하겠지만...지난여름에 기어이 퍼져버린 똥차를 버리곤
아직 차도 없으니 그나마 아는 사람들이라도 있는 이곳에 눌러 있을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어떻게 낮엔 재미좀 보셨어요? ”
“ 에이...꽝이야....오늘은 재수가 없나벼....아 분원리 모텔서 나온것들이 서울 가자드만....
  가다말고 뭐가 아쉬웠는지 광주 시내 모텔로 델다 달라네....더러워서리.... “
“ 허허...그것들 힘도 좋네....모텔도 1차 2차 하나보구만 허허 ”
“ 광주애들도 요즘 일거리 없어 죽을맛인가벼... ”
“ 왜요? 거긴 그래도 요즘 술집들도 좀 생기고 할만할건데... ”
“ 술집이 생기면 뭐혀....그넘의 불법유흥단속인가 지랄인가땜시 손님이 없다는데 ”
“ 아...뭐 전국적으로 한다드만...광주도 하나보네요 ”
“ 광주뿐인가...수도권 일대에 외곽도시들은 다 훑는 모양이여...여기야 그런것들이 없으니 단속을 안오는거
  뿐이제...시내는 난리더라구 골목골목 단속반들이 잠복한다고 쫙 깔렸다니까... ”
“ 그나저나...그건 그렇구 형님 ... 혹시 돈좀 있어요? ”
“ 돈? 어디보자....에혀...이넘의 마누라 또 지갑 털어갔구만...2만원 달랑 있네 그려 왜? ”
“ 아니에요....그냥 돈좀 필요해서요 ”
“ 요즘 다들 일거리가 없어서리 지갑들이 비었을거여....초저녁에 저 불륜것들 서울 한번씩 델다주고나면
  밤엔 일이 뚝 끊겨버리니 원...인자는 분원리 붕어찜도 한물 갔나벼... ”


하긴....일년전만 해도 낮엔 모텔서 나오는 불륜것들 ... 밤엔 분원리서 붕어찜 먹고 나오는 사람들이 주손님이었는데....
요즘은 분원리에 붕어찜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구경한지 오래 된것 같다


하아.....무슨 애들 수학여행비가 10만원씩이나 하는건지....오늘밤에 일을 해서 그돈을 벌기는 힘들것이고....어디가서
돈을 빌려야 할지 막막해져온다....


진작에 광수넘이 같이 광역 뛰자고 할때 PDA 하나 사서 광역으로 했어야 하는건가....
사람들이 불륜이 줄은건지 퇴촌만 안 오는건지....작년만 해도 그 많던 불륜것들도 이젠 구경하기 힘들고.....


“ 어이...경씨 ~ ”
“ 예 사장님 ”
“ 저 위에 새로 생긴 편의점 알지 LG였나...쎄븐이었나 ”
“ 네...사거리에 생긴 쎄븐요? ”
“ 어...그앞에 흰색 SM 하나 서 있다는구만 뛰어가봐 ”
“ 아니...벌써 제 순번이에요? ”
“ 아니야....경은칠씨 찾는다고 지명이야...젊은 아가씨 목소리던데...능력도 좋아 흐흐 ”
“ 지명이요?? ”


한 이년 대리운전을 했지만 지명을 받아보긴 처음인거 같다
1km 남짓한 거리를 내달리면서 오늘은 운이 좀 트일라나 싶은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저 순번 다 기다릴려면 두시간은 넘어야지 싶었는데....


지명이라는걸 보니 동네 사람인 모양이고 광주시내라도 나가준다고 하면 갔다가 아직 돌아오는 버스가
있으니 버스타고 돌아오면 한탕 더 할수 있을것 같다


머릿속으로 내이름을 알고 있는 젊은 여자가 누군지 열심히 굴려본다
아...저차구나....


“ 안녕하세요 대리 부르셨죠? ”


차문을 열고 넙죽 인사를 하니 조수석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얼핏 보기에도 꽤 미인형인 아가씨...나이는 스무살이나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좀더 먹은거 같기도 하구....
팬티가 보일락말락 아슬아슬한 초미니스커트 밑으로 뻗은 다리가 TV에서나 보던 모델 뺨치게 잘 빠졌다


“ 어디로 모실까요? ”
“ 음.....어디가 좋나요? ”
“ 네? ”
“ 그냥...드라이브나 좀 할까 싶은데....어디가 좋나요? ”
“ 네...아...그러니까....그럼 분원리쪽으로 해서....양평쪽으루 가면....강변으로 계속 가니까...경치가 괜찮을겁니다 ”
“ 그래요 ... 그럼 그렇게 가주세요 ”


대리를 불러서 드라이브를 가자니....불현듯 겁이 나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한번 어떤 남자가 대리를 불러놓곤 강바람좀 쐬자며 두시간을 끌고 다녀놓곤 자기는 퇴촌에서
결론적으로 광주시내까지만 간거니 그 요금밖에 못 주겠다며 멱살까지 잡힌적이 있는터라....


뭐 이번엔 젊은 여자니 멱살까지야 안 잡히겠지만....술취한 개들이 뭔짓을 할지 어찌 아나...
그런데...이 여자 좀 이상하다....술냄새도 전혀 안나고.....얼굴도 멀쩡하고....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자꾸 눈이 마주친다
강이 왼쪽에 있으니 내쪽을 쳐다보고 있을수도 있겠는데....왜 자꾸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지....


“ 그런데...아저씨 이름 참 웃기데요....경은칠씨...후훗 ”
“ 아...예....성이 좀 특이성이죠...뭐 친한 형님은 경을칠 이라고 놀리기도 합니다....그런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알고
  지명을 하셨어요? ”
“ 아...그냥 광주에 아는 언니가 있는데....얘기하다가 아저씨 이름 얘기하면서 웃은적이 있거든요 ...
  여기서 대리 할 일이 있어서 불르다가 문득 이름이 생각나서 불러본거에요 ”
“ 아...예.... 그런데...술은 많이 안 드셨나봐요? ”
“ 술이요? 후훗...왜요? 술을 먹어야만 대리를 부르나요? ”
“ 네? 아...뭐 꼭 그런건 아니지만....술을 안 드셨으면 대리를 굳이 부를 필요가 없으니... ”
“ 필요가 있죠 후후 면허가 없으면 대리를 불러야죠 ”
“ 네? 면허가 없으시다구요? ”
“ 아...뭐 자세한건 아실필요 없구요...아저씨 참 잘 생기셨네...아저씨 얘기좀 해주세요 ”
“ 저요? 저....뭐...딱히 얘기할게 없는데...무슨 얘기를.... ”
“ 뭐 아무거나요...살아온 얘기들.....아저씨 몇 살이에요? ”
“ 전...마흔넷입니다 ”
“ 우와...얼마 안드셨구나....전 50 넘은지 알았지 모에요...관리좀 하세요 ”
“ 허허....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데 어디 꾸미고 다닐시간이 있나요... ”


참 당돌한 아가씨다....얘기를 할수록 불안감이 더해간다....
딜딜딜딜~


“ 여보세요 ”
“ 어....경씨....어디 나가는거야? ”
“ 예....일단 양평으루 가는데....드라이브 하신다네요 ”
“ 드라이브? 정신 없는년이구만...경씨 그런것들 조심해....술 취해서 돈도 없이 불러놓고 몸이나 한번 먹고 가슈...
  이런것들 간혹 있으니까 ”
“ 아...예.... ”
“ 가격은 얼마할지 얘기했어? ”
“ 아뇨...아직....갔다가 다시 또 오셔야 할거 같아서... ”
“ 이런....대리 하루이틀 하나...사람이 왜이리 물러....어디갔다 언제 올건지 가격 딱 정하구 다녀...작년에 그넘꼴 나지 말고... ”
“ 예..예... ”


안 그래두 불안한데 사장까지 전화해선 불안감을 더 높여준다....


“ 풋...대리비 얼마 할지 정하고 다니래요? ”
“ 아...예....사무실에서야...가격 알아서 입금을 받아야 하니... ”
“ 아직 내 마음이 어디로 가고싶은지 몰라요....일단은 그냥 가세요 ”
“ 아...예.... ”
“ 아저씨....결혼 했어요? ”
“ 예...결혼은 했는데....마누라는 4년전에 먼저 갔습니다 ”
“ 어머,.....어쩌다가.... ”
“ 위암이었는데....바보같은 여자가 돈 아깝다고 병원에 가보래도 안가고 버티더니....결국 말기가 되어서야 알았지요....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인 딸래미 하나랑 둘이 살고 있어요 ”
“ 에이...답답하다...다른 얘기해요....아저씨 첫사랑 언제 했어요? 첫사랑 얘기해줘요 ”
“ 첫사랑이요? 허허....오래 됬지요....”


별로 미주알 고주알 장단 맞춰줄 기분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최선을 다해 비위를 맞춰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그러니까....벌써 20년도 넘었네요....제가 백령도에서 군생활을 했었는데....그때 포구에 있던 막걸리집 딸이었어요..
  그때 제가 22살이었고....그 아가씨가 20살이었고.... ”
“ 아....군인과 동네처녀의 로맨스네...그래서요? ”
“ 뭐....특별한건 없었어요....그냥 외박이나 휴가 나가는 길에 배 기다리면서 그집에서 막걸리 한잔씩 하곤 했는데....
  그 아가씨가 계란도 몰래 하나씩 쥐어주고....절 많이 챙겨줬죠... ”


그녀는 성격 걸걸한 주인아줌마 딸이라기엔 너무나 곱고 얌전한 처자였다
사실 첫사랑이라고는 하지만....만난 횟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순찰 시간도 모르면서 그 추운 밤바람을 맞으며 꽁꽁 얼어서 나를 기다리던 그녀...
그녀의 집에서 500m 쯤 걸어가면 우리부대애서 맡은 순찰초소중 가장 가까운 제3초소가 있었는데...
그곳이 우리의 데이트 장소였다


그녀는 밤이 되면 엄마 몰래 집을 빠져나와 해변가 바위뒤에 숨어서 30분에 한번씩 지나가는 초병들을 지켜보다가
내가 지나가면 함께 초소에 올라가 30분동안의 짦은 데이트를 하고는 집으로 가고는 했다


그나마도 전임 근무자와 교대하는 시간동안은 또 숨어 있어야 했고....
후임 근무자가 올라올 시간이면 아쉬운 마음을 환한 웃음으로 억지로 가리며 내려가곤 했었다


“ 와....멋지네요....꼭 영화 한 장면 같아요...그런데....왜 헤어진거에요? ”
“ 제가...너무 어렸죠...철이 없었어요 ”
“ 그럼...아저씨가 버린거? ”
“ 버린거....네...버린거죠....어디로 간다는 주소 하나 안주고....언제 전역한다고 이야기도 안해주고.....
  그냥 그렇게 재대해 버렸으니.... ”
“ 왜 그랬어요? 그렇게 착한 여자를 왜 버렸어요? ”


순간 난 앙칼지게 변한 그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쳐다보니 그녀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같은 여자로서...화가 난다는건가...


“ 아니...그땐...뭔가 복잡했어요....뭐 좀 복잡한 얘기까지 나오게 되는데....전 부모님이 없이 고아로 자랐어요....
  군대도 사실 먹고살게 없어서 밥 먹여준다기에 지원해서 간거였는데...그나마도 육군에선 안 받아줘서 해병대로
  갔던거구요 ... 재대하고 나면....군대에서 만난 선임이 건달 출신이라 인천의 룸싸롱에서 영업부장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 가서 웨이터를 하기로 했거든요....내 한입 먹고살 일도 막막한데 섬에서만 살아온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아가씨를
  데리고 가봐야 고생밖에 시키겠나 싶은 생각에... ”
“ 그렇다고....어쩌면 그렇게 사랑했던 여자를....그렇게 버려버리나요? ”

 

아가씨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 아니...저기...아가씨...좀 진정하세요....그렇다고 그렇게 화를 낼거까지는.... ”
“ 아...그냥...얘기 듣다보니 감정이 격해졌네요....제가 원래 영화 보다가도 잘 울고 잘 화내고 그래요 ...그려려니 하세요 ”


그려려니 안하면 어쩌겠나.....손님인걸.....
사실....그녀를 버린건 데리고 가서 고생시킬까봐 그런것은 아니었다...
재대를 얼마 앞둔 어느날....초소를 도는 위병근무도 조금만 하면 열외가 되어갈때쯤이었는데...
밤마다 꼭 나를 기다려주던 그녀가 어느날은 보이질 않았다...
어디가 아픈걸까....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고 주말엔 외출을 허락받아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앉아 있으니 화장실 뒤편에서 우리중대 선임하사와 7중대 선임하사가 담배를 피며 낄낄대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 야....근데 난 웬지 영 찜찜하다....그년이 위에 찌르기라도 하면 어쩌냐? ”
“ 걱정마라....여긴 아직 시골 아니야....외딴섬에서 자란 처자들...쪽 팔려서 지가 강간 당했네 돌림빵 당했네
  소리 죽어도 못한다 ”
“ 하긴....아니 뭐 아닌말로 증거 있는거두 아니구....글구 그시간에 거기서 그러고 얼쩡대고 있었던거 보면 당하고
  싶어서 나와 있었는지도 모르지...낄낄 ”
“ 그년 처녀도 아니드만 뭐....누가 냈는지 벌써 4차선 고속도로 쫙 내놨드만... ”
“ 그년 혹시 맨날 거서 그러면서 애들 초소 올라가면 따 먹는거 아냐? ”
“ 뭐야...그럼 우리 어제 따 먹은거야? 따 먹힌거야? 낄낄낄 ”

 

순간 피가 거꾸로 쏠리는듯이 감정이 폭발하면서 화를 참지 못하고 뛰어 나가 선임하사의 멱살을 잡았다


“ 어어 경은칠 해병 왜 이래...뭐하는짓이야 ”
“ 너희 새끼들....아까 무슨 얘기야....누굴 어떻게 했다는거야 ”
“ 이봐 이봐...왜 이러는데 이거좀 놓고 얘기해....경해병 그여자랑 무슨 관계 있어? ”
“ 이 새끼....왜 이러는거야...재대 얼마나 남았다고 감방 가고 싶나? 어? 포구집 은실이랑 너랑 뭔 사인데 지랄이야 ”


포구집 은실이....설마설마 했건만....그 소리를 듣는데 맥이 탁 풀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 니들이...니들이...은실이를.... ”
“ 너...재대도 얼마 안 남고 해서 특별히 봐줄테니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어 ”

 

놈들은 지들도 뒤가 구려서인지 하극상에 대해선 문제삼지 않고 자리를 떠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토요일 아침....마침 당직사관은 선임하사였다
피차 아무말 없이 내민 외출증에 도장을 받고 포구집으로 뛰었다


“ 아....경해병 왔네...어디 외박 나가는가? ”
“ 아닙니다....그냥 외출 나왓는데....인천까지 나갔다오기도 빡빡하고 술이나 한잔 하고 갈려구요 ”
“ 그래...거 앉거라 뭐....찌짐 해줄까? ”
“ 네...막걸리 한사발 주시고 아무거나 주세요....근데....은실이는....안 보이네요? ”
“ 몰러....고뿔이 났는가 저러구 방구석에만 쳐박혀 있네...열도 없는거 같구만... ”
“ 아...예.... ”


차마...들어가보겟다는 말은 하지를 못했다
안에 있으면....내가 왔다는걸 알건데....나와주기를 바랬지만....그녀는 끝내 술잔을 다 비우고 일어날때까지
나와보지를 않았다


그녀가 먼저 나를 외면했다고 생각한것은 비겁했던 나의 부끄러운 과거였다
22살....어린 마음에....더러운 놈들에게 짓 밟힌 그녀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의 순결했던 몸이 더렵혀 졌다는것만 생각했던 부끄러운 과거는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했던
내 첫사랑의 치부였다


“ 그럼 그 뒤로는...만나본적이 없으세요? ”
“ 네....재대하고 나선 인천에서 웨이터부터 시작해서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 이것저것 하다보니
   한번 들어가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들어가보질 못했네요... ”
“ 소식도 못 들으셨구요? ”
“ 네...소식이라고 할순 없고....내 뒤에 후임이 재대해서 왔을때 그런 얘기는 얼핏 하더군요 은실이가 안 보이더라고....
  어디 뭍으로 나갔나보더라고.... ”
“ 네....슬픈 첫사랑 얘기네요... ”
“ 허허....세상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얘기 아닌가요 뭐... ”


이야기를 하다보니 차는 어느새 양평대교 근처로 가고 있었다


“ 자 여기서 쭉 직진을 하면....강하면 이라는곳인데....뭐 그냥 조용한 산속이고 볼건 없습니다 ...
  양평대교를 건너면 양평시내가 나오구요...강가 도로는 여기서 끝인데...어떻게 할까요? 계속 강가로 돌려면 다리를
   건너서 구리쪽으로 들어가는 길도 강가이긴 합니다만... ”
“ 뭐...드라이브는 좀 있다 하구....여기 술 한잔 할데 없나요? ”
“ 술이요? 글쎄요....이외로 이쪽에 소주 마실만한데는 없는데... ”
“ 뭐 양주 마실데는 있구요? ”
“ 저쪽 건너가면 연인들 상대로 장사하는 분위기 있는 집들은 몇 개 있습니다....그런데 많이 비싸다고들 하던데요... ”
“ 그럼 그쪽으로 가요....아저씨 가봤던데중에서 젤 좋은데루.. ”
“ 에구....제 팔자에 어디 그런데 들어갈 시간이 있었나요....그냥 이름 들어본데로 모시겠습니다 ”


대교를 건너 다시 서울쪽으로 들어가다 양평공항 으로 들어갔다
난 처음에 퇴촌에 왔을때 근처를 지나다 양평공항 이라기에 양평에도 정말 공항이 있는지 알았었다
이름이 뭐래더라....그 맹인가수 누구랬는데...그 사람이 고물비행기 하나 사다가 내부를 개조해서 까페로 만든
술집이름이었다


“ 자...다 왔습니다...요금은 3만원입니다 ”
“ 네? 무슨 요금요? ”
“ 무슨 요금이라뇨?...대리비죠...퇴촌에서 여기까지 온 대리비... ”
“ 전 아직 안 끝났는데 아저씨가 끝내고 가시게요? 그렇게 하시면 대리비 못 드리죠 ”
“ 네? 뭐가 안 끝나요? ”
“ 여기다 저 버리구 가면....저혼자 술 마시구...또 다른 대리 불러서 돌아가라구요? 싫어요...
  저 술한잔 할동안 이야기 상대 해줘요...그리구 처음 저 태웠던데까지 다시 델다 주세요 ”
“ 허어....뭐...그거야 어렵지는 않지만....그러면 시간 대기료까지 주셔야 하는데... ”
“ 아저씨....힘드신건 알겠는데....좀 분위기 봐가며 참으면 안돼요? 왜 그렇게 돈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이세요? ”
“ 아...아니..뭐 그런건...아니구요.... ”


어린 아가씨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어찌 그리 남의 속마음까지 들여다 보면서 그러는건지....
술은 한 한시간 마시면 일어나겠지...그럼 시간대기료 2만원에....


여기까지 온게 3만원....다시 돌아가는건 어떻게 받아야 하지....3만원 더 달라고 해볼까....
머릿속으로 온갖 궁리를 하며 그녀를 따라 까페 내부로 들어갔다


“ 여기 흑맥주 한 두병 주시고 우리 아저씬 커피 한잔 주세요 ”
“ 네...흑맥주는 어떤걸로 드릴까요? ”
“ 아무거나 주세요 ”


자리에 앉자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을 마친 그녀는 탁자에 턱을 괴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괜시리 민망해져서 고개를 떨구는데 ....


“ 아저씨...나 똑 바로 봐봐요 ”


난 고개를 들고 그제야 처음 아가씨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예쁘다...웬만한 TV탈렌트 뺨치게 예쁜 얼굴이었다...
가지런히 내려앉은 긴 생머리는 그녀의 가슴께까지 찰랑거리고 있었고....
마른듯한 몸매인데도 가슴은 제법 풍만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첫사랑 은실이도 저렇게 참 예뻤었는데....
잊고 살던 그녀가 그녀와 이야기를 한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위에 자꾸만 오버랩 된다
그것이 스스로 민망해져 얼굴을 똑 바로 못 보고 어중간하게 그녀의 목 아래께에 눈을 두고 있었다


“ 어머 이 아저씨 생각보다 엉큼하시네...절 보랬지 누가 제 가슴 보랬어요? ”
“ 예? 아...아닙니다...그냥...저기... ”
“ 쿡쿡...농담이에요....얼굴 빨개지시긴...쿡쿡쿡 ”


그러더니 그녀가 갑자기 한손을 가슴으로 가져가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 풀어버린다
브래지어가 보일정도는 아니었지만 순간 블라우스가 벌어지며 통통한 가슴사이로 깊은골이 드러났다


“ 아이구... ” 난 얼른 고개를 떨구었다
“ 쿡쿡...괜찮아요...보세요 어때요 나? 예뻐요? ”
“ 예....예쁘시네요....정말로... ”
“ 이제껏 같이 자본 여자들중에 저보다 예쁜 여자도 있었나요? ”
“ 에구....저같은놈이 여자라고 뭐 많이 만나봤겠습니까...여자라고는 첫사랑 하고 애엄마 말고는 만나본적이 없어요 ”
“ 아...참...아이가 있다고 하셨죠? 부인은 어떤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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