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 제7부 서울 에마뉴엘
I
나를 쳐다보는 지혜의 얼굴은 절망과, 흥분이 겹친 묘한 얼굴이었다.
나와 서로 혀를 교환하고 있던 선미는 내 얼굴에서 떨어지며 지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우리 이렇게 해도 되는 거니, 동물도 두 마리 암컷을 상대로 하지는 않잖아."
지혜의 목소리는 너무 건조해서 마치 먼지가 풀풀 일어 날 것 같았다.
지혜의 말에 나와 선미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독한 아이러니임은 틀림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내 허벅지위에
올라앉아 있었고, 꽃잎은 여전히 수축 운동을 하며, 내 남성을 자근 자근
깨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뿐인가 어느 틈에 알몸, 아니 정확히 말해서
손수건 만한 팬티 한 장만 달랑 걸치고, 지혜의 말처럼 동물적인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선미의 모습도 내가 억지로 그려낸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깨까지 닿는 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약간은 두려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선미 탓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렇게
된 것이 나와, 선미 탓처럼 몰아 부치고 있는 그녀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선미가 지혜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선미의 손은 지혜의 등을 부드럽게 타고 내려와, 탄력 있는 엉덩이를 통과해서
그 밑으로 들어 왔다. 그 밑에는 지혜의 꽃잎과 내 남성이 접속 중인 장소였다.
지혜의 손이 내 남성의 뿌리를 어루만지는 순간 난 움찔거렸다. 그 통에 지혜는
헉 소리를 내며 내 어깨에 손톱자국을 냈다.
"나도 알 수 없어!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는
거야. 내가 에마뉴엘 부인도 아니고....."
지혜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선미를 바라보았다.
그랬다. 이건 지혜의 목소리를 빌어서 확인하지 않더라도 잘못 된 것만큼은
틀림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아무리 섹스에 굶주렸다 해서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어울려서 본능적인 욕망에 휩쌓여 서로 핥고, 쓰다듬고, 교합을 할 수는 없없다.
그건 감독의 지휘아래 펼쳐지는 포르노 영화에서나 볼수 있는 그림에 불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혜의 지적대로 포르노 배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혜가 직업은 없다 하더라도 한 여자로서, 한 시민으로서 비윤리적인 행각을
쫓는 여자는 아니다. 선미 역시 중학교 때부터 우정을 나누어 온 지혜의 집에
놀러 온 친구이자, 사회에서는 직장인으로서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올바른 이성을 소유한 여자로서 내일 직장인 보험 회사에 나가면 전화를
받고, 고객의 상담을 받고 퇴근 후 에는 동료들과 어울려 재즈 카페에 가서 병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방에 가서 '슬픈계절에 우리 만나요, 라는 제법 분위기 있는
노래를 불러 총각 동료들의 가슴 설레는 연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 였다. 게다가 나는 누구인가. 지혜라는 약간은 푼수 끼가 있긴 하지만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윤택한 삶을 유지하고 있는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이자, 많은 밤을 별과
함께 지새우며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스물 다섯의 건장한 남자이다.
이렇게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소유한 대한 민국의 젊은 남녀가 한 방에서,
어떻게 보면 수치스럽기도 한 내밀 스러운 부분을 노출해 놓고 냉철한 이성을 망각한
체 오직 동물처럼 본능만 쫓고 있다는 것은 잘못 되도 한 참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어떡하나?"
나는 이미 업지러진 물, 벌써 버스는 떠난 뒤에. 어떻게 업지러진 물을 담으며,
떠난 버스를 잡아야 하는 얼굴로 지혜와 선미를 번갈아 보았다.
이러한 상황을 접해 보지 않은, 아니 꿈 도 꿔 보지 않은 나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 이기 때문이다. 틀린게 있다면 적어도 나는 남자 라는 점이다.
남자와 여자가 틀린 점을 굳이 구분하기 이전에 나는 적어도 약간은,
아니 어느 정도는 수치와, 부끄러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뻔뻔스러움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 들 때문에 사랑하는 지혜가 절망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더구나 선미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외면 할 수도 없었다.
그 보다 심각한 것은 이 상황에서. '상황끝'을 외치며 각자 옷을 입을 수는 더
더욱 없다는 것이었다.
우린 잠시 말을 잃었다. 나는 지혜와 선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지혜도 마찬가지 였다. 그녀의 시선은 나와 선미 사이를 방황하고 있었다.
유독 선미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남자인
네가 가야 할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표정처럼 보였다.
"문제는 우리가 되돌아 갈 수는 없다는 거지."
한참만에 선미가 입을 열었다. 그랬다. 선미의 말처럼 우린 이미 건널수 없는
강을 건너 온 셈이다. 지혜와 나는 서로를 원할 때마다 알몸이 되어 한 점 부끄럼
없이 서로를 애무하고 핥고, 껴안고 쓰다듬어 주었지만 선미는 완벽한 타인과 같았다.
물론 선미와 지혜는 서로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힘들 때는 보듬어 줄줄 아는 우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으로 보기는 힘이 들다. 하지만 아무리 형제처럼 친한 친구라
해서, 꽃잎. 그것도 성숙한 여자가 남자를 향하여 줄달음 칠 때만 흘리게 되는 축축한
애액이 묻어 있는 꽃잎을 만지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전신을 태우는 희열과, 쾌감에
들떠서 생고무처럼 되어 버린 젖꼭지를 빨지는 않을 것이다.
"난 침묵이 두려워. 계속 말을 해......"
문제를 제일 먼저 제기한 지혜가 선미의 목을 끌어당기며 속삭이듯 말했다.
선미는 자연스럽게 지혜의 입술을 더듬었다. 그녀 역시 두려워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한 남자가 보는 앞에서 지혜의 입술을 더듬고, 급기야는
그녀의 혀를 유린하는 행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